세상나들이(TRAVEL)

여행 travel

리틀윙 2011. 12. 25. 10:19

겨울 방학을 맞아 1주일 정도 캄보디아 앙코르왓을 다녀올 계획입니다.

처음 나서는 가족여행이어서 현지의 여러 가지 사정에 대한 정보도 없고 안전문제도 걱정되고 해서 패키지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 샘의 도움으로 건강한 관점을 가진 앙코르 여행전문가 분과 함께 체험학습 식의 여행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올 것 같지는 않고 아마 고생을 좀 할 것 같습니다. 이 분의 마인드가 흥미로운 것이, 한국에서 올 때 사진인화지와 칼러 프린터 잉크를 사오랍니다. 그걸로 현지 아이들 사진 찍고 인화해 주는 것이 매일의 일정으로 2시간 정도 잡혀 있습니다. 또 매일 밤, 하루의 여행 경험에 대한 토론을 주고받는 것도 의무입니다.

 

 

http://youtu.be/rDBabEM4q18

(Pat Metheny의 아름다운 기타 연주곡 Travel을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생각하는 여행은,
1) 눈에 담아 오는 것보다 마음에 담아 오는 것이 더 중요하고
2) 유물/유적을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외국에 나가 한국에서 잘 볼 수 없는 자연경관에 감탄하고 또 그 나라의 음식 같은 것을 즐기는 것보다, 그 나라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삶을 배우는 것.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들의 희노애락을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그 리얼리티를 생생하게 학습하는 것. 이것이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작년에 미국에서 4주간 머무르면서 배운 것도, 현지인들과 일상 속에서 부대끼며 배운 것이 전부입니다. 솔직히, 나이아가라 폭포를 가까이에서 봤지만 그것은 그냥 ‘큰 폭포’였습니다. 그 웅장한 경관이 DVD에서 볼 때와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나이아가라와 관련하여 지금도 내 뇌리에 깊이 남아 있는 인상이 있다면, 폭포 앞에서 나이 차이가 있어 보이는 커플이 딥키스를 나누는 장면이었습니다. 속으로, 저 분들은 어떤 말못할 사연을 가진 연인일까, 온 사람일까 또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서구인들의 삶에 대한 나름의 직관이나 상상을 발동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패키지여행은 여행이 아닙니다. 그건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 당하는 것이죠. 초딩 1학년이 경주 현장학습 나서는 것과 똑같은 수준입니다. 현장을 둘러보면서 주체적인 시각에서 어느 한 장면을 맞닥뜨리면 자기 나름의 관점으로 관찰을 하고 생각을 하고 또 궁금한 점에 대해 안내판을 읽거나 하면서 학습을 해야 하는데, 담임교사나 여행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여행도 견학도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냥 무엇을 봤다 혹은 그냥 어디에 가봤다 하는 것이 전부인 것은 여행이 아닙니다.

 

여행은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겁니다. 현지인의 삶을 만나러 가는 겁니다.
영화나 교과서를 통해 알고 있던 그 나라에 대한 편견을 씻으러 가는 것입니다. 인디아나 존스처럼 현지인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볼 것이 아니라, 같은 눈높이에서의 수평적인 만남을 꾀해야 합니다. 현지인들도 물신(物神)의 기제를 통해 우리들을 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물론 보다 풍요로운 우리들이 그들에게 줄 수 있는 만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혜를 베푸는 입장이 아니라 그들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마음에서입니다. 구체적으로, 버리기 아까운 헌옷이나 물품 같은 것을 최대한 많이 담아 가려고 합니다. 그들에게 요긴하게 쓰일 것입니다. 벗님들께서도 그런 것이 있으면 제게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물화된 만남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진솔하게 만난다면, 언어가 다르더라도 얼마든지 소통하면서 교감을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캄보디아 여행, 나와 내 가족의 생애에 매우 소중한 체험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