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의식

눈(目)의 진화 - 2

리틀윙 2011. 11. 13. 19:29

 

 

 

 

 

2) 카토피테쿠스

‘눈의 진화’와 관련하여, 지난 글에서는 대륙분열의 결과로 지구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생겨난 숲천장에서의 오랜 생활로 인류의 선조의 시각구조에서 ‘입체시’라는 진화를 이루었다는 것을 알아보았다(카르폴레스테스에서 쇼쇼니우스로의 진화). 이러한 도약이 가능했던 물적 조건은 지구내부의 대변화에서 비롯되었는데, 이어지는 새로운 도약 또한 지각변동에서 기인했다. 다만, 전자의 경우는 유리한 조건의 변화였음에 비해 후자의 경우는 불리한 조건 변화가 새로운 진화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둘은 대조를 이룬다.

 

 

 

눈의 새로운 진화를 초래했던 두 번째의 지각변동은 남극 가까이에서 일어났다. 5,500만년 전 당시 남극은 호주와 남미대륙과 한덩어리로 붙어 있었다(왼쪽 그림). 또한 대륙주변으로 난류가 흐르고 있어 온난한 기후에 아열대숲이 무성했다. 그런데 남미대륙과 호주대륙이 북상하기 시작하면서 남극대륙은 홀로 남게 되었다. 고립된 대륙 주위로는 지구자전의 영향으로 ‘주극류(周極流)’라 일컫는 해류가 생겨났는데 이것이 적도에서 생겨난 난류를 차단하였다(오른쪽 그림에서 파란색이 주극류, 붉은색이 난류이다). 난류의 차단으로 말미암아 남극대륙은 급속하게 얼음덩어리로 변했고 지구 전체의 기온 하강에 영향을 미쳤다. 5,500만년 전에 비해 남극이 고립되었던 3,300만 년전의 지구 기온은 무려 30도나 떨어졌다.

한랭화는 곧 모든 생명체들에게 엄청난 시련을 요구했다. 그러나 위기는 항상 기회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기에, 우리의 선조들은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진화를 이뤄냈다. 눈의 진화에 있어, ‘입체시’에 이어 ‘중심와’라는 걸작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한랭화에 따라 활엽수 지역이 줄어들어 먹이를 놓고 개체 간에 생존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러한 악조건 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각 능력에 있어 새로운 진화양식이 요구되었다. 1992년 사하라사막에서 발견된 ‘카토피테쿠스’의 화석에서는 눈의 구조 면에서 그 이전까지의 영장류와는 다른 점을 엿볼 수 있다. 눈 뒤쪽에 ‘안와공벽’이라 불리는 뼈로 된 벽이 있다.(→ 그림)

 

 

 

 

 

안와공벽은 ‘중심와(中心窩)’와 관계있다. 중심와가 형성되어 있는 눈은 중심와가 없는 동물의 눈에 비해 시세포의 양도 많고 또 시세포가 한곳(중심와)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어 시력이 월등히 뛰어나다. 중심와의 유무에 따라 실제로 시력이 어떻게 차이가 있는가를 붙임 그림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 아래 해바라기 그림에서 가운데 부분이 중심와의 시력, 그 주변 부분이 중심와 없는 눈의 시력으로 둘은 극명한 대조를 보여준다.) 숲이 감소하자 열매가 줄어들어 먹이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졌는데, 카토피테쿠스의 중심와는 그 위기를 타개하는 돌파구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카토피테쿠스의 눈도 한계가 있었다. 3,300만년 전 이후 한랭화가 더욱 확대되어 아프리카의 숲이 더 많이 줄어들자, 우리의 선조들은 살아남기 위해 시각 능력에 있어 또 다른 진화를 이뤄내야만 했다. 그것은 “색을 구분하는 능력”이었다.

 

카토피테쿠스 = 2색형 색각(녹색 + 청색)

현생 영장류 = 3색형 색각(녹색+ 청색 + 붉은색)

 

자연계에서나 인간 사회에서나 삶의 주체들에 의한 모든 중대한 변화는 ‘먹고 사는 문제’와 관계있다. 카토피테쿠스에 이어 현생 영장류들은 3색형 색각을 가진 눈을 진화시켜 당면한 생존의 문제를 해결해 갔다. 그 해결책은 식량자원의 외연을 확대해가는 것으로서 나무 열매 외에 나뭇잎까지도 먹어야 했다. 그러나 모든 나뭇잎이 다 ‘대체 식량’이 될 수는 없었다. 섬유질이나 독성 물질이 적게 함유된 어린잎이 적합했는데, 이런 나뭇잎을 식별해내기 위해 3색형 색각을 가진 ‘눈의 진화’가 요구되었던 것이다. 아래 그림에서 왼쪽 그림이 2색형 색각이고 오른쪽이 3색형 색각이다. 이 그림에서 붉은색의 잎이 영장류가 먹이로 취할 수 있는 나뭇잎이었는데, 3색형 색각의 눈과 2색형 색각의 눈은 식별 능력에 있어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영장류의 눈이 진화해온 과정을 간략히 정리해보자.

영장류는 (카르폴레스테스  →  쇼쇼니우스  →  카토피테쿠스  →  현생 영장류)의 과정으로 발전해 왔는데, 이들의 눈은 (입체시 → 중심와 →  3색형색각)의 과정으로 진화해 왔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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