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

이성과 감성

리틀윙 2011. 7. 7. 16:18

기타를 손 놓은지 2년이 다 되간다. 최근 6개월 정도는 아예 안 쳤고, 최근 3-4년 동안에도 기타를 손에 잡은 지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작년에 영어몰입인지 뭔지 하면서, 음악감상도 손 놨다. 내가 좋아하던 뮤지션들의 이름도 다 까먹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부터 글쓰기도 게을리 했던 것 같다. 감성의 영역이 부진하니 이성의 영역도 부진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아는 만큼 느낄 수 있기에 이성이 감성에 미치는 영향은 당연하다. 그러나 거꾸로 감성이 이성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 우리가 보통 ‘영감(inspiration)’이라 하는 것은 아마도 이성보다는 감성의 작용이 클 것이다. 이성과 감성이 나란히 영향을 주고받는 이치의 중요성에 대해 니체는 “모든 철학자는 예술가이어야 하고 모든 예술가는 철학자이어야 한다”고 했다. 공자 시대의 ‘대장부’란 낱말을 현대적으로 해석할 때처럼 니체의 말에서 ‘모든 철학자’란 말을 ‘모든 인간’으로 바꿔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라 본다. 모든 인간은 철학자(=이성)인 동시에 예술가(=감성)이어야 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심미적 활동을 뒤로 돌리는 것은 잘못이라는 생각이다. 기타 칠 시간에 책 읽는 것이 실리적이라는 계산법인데, 이게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오류인 것 같다. 이성의 단련 못지않게 감성의 단련이 중요하다. 둘은 수레의 나란한 두 바퀴처럼 함께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성의 발달을 위해서는 감성의 단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예체능 교과를 홀대하고 국영수를 강조하는 풍조가 반교육적인 것은 물론 학습력의 성장이란 측면에서도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모른다.

이성과 마찬가지로 감성 또한 후천적으로 계발될 수 있고 또 끊임없이 계발되어야 한다. 첼로의 대가 파블로 카잘스는 92세의 일기로 눈을 감기까지 매일 아침을 바흐의 무반주첼로 연주로 열었다고 한다. 나는 물론 음악의 대가는 아니지만 최소한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일상적으로 음악활동을 꾸준히 영위해나가야겠다고 마음 먹어본다.

 

이번 (금) 고엽제 문화제에 기타 들고 관중 앞에 서야 하기에 아주 오랜 만에 기타를 잡아본다. 이제 보니 예전에 배어있던 손가락의 굳은살이 다 없어졌다. 그래서 손가락이 너무 아프다. 우리 몸이 이처럼 정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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