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학부모에게

진정한 3학년

리틀윙 2019. 6. 3. 16:41

<진정한 3학년>

 

2월에 진정한 1학년이란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다.

http://blog.daum.net/liveas1/6499700

 

그 같은 취지로 우리 반 아이들에게 진정한 3학년에 대해 생각해보는 숙제를 냈다.

 

>> 선생님이 아는 어떤 아이는 진정한 1학년은 아침에 울지 않고 교실에 들어오는 아이라 답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진정한 3학년은 어떤 아이를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각자 자신의 답을 생각해오기 바랍니다. <<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이 숙제는 선택과제로 냈다. 하고 싶은 사람만 하는 것이다. 그랬더니 몇몇이 답을 생각해 왔는데 그 중 한 아이의 것이 걸작이다.

 

진정한 3학년은, 자기보다 잘 난 친구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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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과학주간을 앞두고 과학상상화 그리기 대회를 한다고 예고할 때 내게 살짜기 다가와 시상을 어떻게 하는지, 학년 단위로 하는지 학급단위로 하는지묻던 아이였다. 그림을 그리라면 그냥 최선을 다해 그릴 것이지, 상을 학년 별로 주는지 학급 별로 주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아이의 태도는 참교육을 신봉하는 꼰대 입장에서 적잖이 당황스러웠지만, 이 질문으로부터 아이에게 어떤 편견을 품지는 않았다. 아이의 평소 행실이 너무 예뻤기 때문이다. 이른바 품행이 방정한 학생의 전형이다. 위의 발언에서 보듯 뛰어난 사고력을 지녔음에도 자기 능력을 과시하는 법이 없다. 오히려 말 수가 적고 발표할 때나 책을 읽을 때 목소리가 작은 내향적인 성격의 아이다.

 

다만, 아이는 성취욕구가 남달리 강한 편이다. 의욕이 많은 아이들은 자신의 성취결과를 남과 비교하는 경향성이 강한 법이다. 아이가 진정한 3학년은 자기보다 잘 난 사람을 인정하는 것이라 말한 배경은 이러한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커밍아웃이다. , 자신은 지금까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자기보다 잘 난 아이들을 시샘해 왔다는 자기고백인 것이다. “진정한 1학년은 울지 않고 교실로 들어오는 것이라 말한 꼬맹이나 우리 반 아이의 고백을 접하면서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직한 시선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자세도 그러하거니와 남의 비웃음을 감수하며 자신의 허물을 당당하게 밝히니 아이들은 어찌 이렇게 용감할 수 있는 것일까?

 

사실, 자기보다 잘 난 사람을 시샘하지 않는 아이는 잘 없다. 성취동기가 약하고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이 그러할 뿐이다. 성장하는 아이에게 욕심은 바람직한 것이기도 하다. 다만, 그것이 지나칠 경우 역기능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이 아이가 그러했을지도 모른다. 자신과 남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나는 왜 저 아이보다 공부를 못할까? 얼굴이 예쁘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것이 부질없는 짓이고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것 같다. “진정한 3학년은 자기보다 잘 난 사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라는 아이의 커밍아웃은 그러한 성찰의 소산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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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고백으로부터 배추흰나비의 한살이를 생각한다.

애벌레는 번데기가 되기까지 4번의 허물을 벗는다. 번데기가 된 다음 성충이 되기 위해 껍데기를 깨고 나온다. 곤충이 기존 형태(form)를 변화시키며 성장해가는 일련의 과정을 변태(탈바꿈)라 하는데, 영어로는 트랜스폼(transformation)이다. 트랜스trans-change의 의미다. (220볼트 전기를 110볼트로 변환시키는 기기를 도란스라 일컫는데, ‘도란스트랜스의 일본어식 발음이다)

 

발전이란 기존의 낡은 형태(form)를 새로운 형태로 변화시키는(trans-) 것을 뜻한다. 모든 애벌레가 번데기에서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나르는 나비가 되진 못한다. 오직 껍데기를 벗어던지는 생명체만이 그렇게 된다.

 

성장하는 인간은 자기 삶의 트랜스포머가 돼야 한다. 기존의 낡은 form(형태)를 벗어던져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교사는 학생들에게 시기별로 진정한 ( )학년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