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인의 음악이야기

In Our Small Way

리틀윙 2019. 6. 3. 16:33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음악이 없는 내 삶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음악은 곧 나의 삶 자체다. Vissi d'arte!

 

삶이 교육이고, 교육이 삶이다.

음악이 내 삶 깊숙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때 팝송에 푹 빠졌을 때였다. 팝송에 대한 남다른 흥미와 열정이 나를 성장시켰다. 정서적으로는 물론 지적으로도 팝송이 나를 성장시켰다. 나는 영어를 좀 하는 편이다. 내 영어실력의 원천은 소시 때 팝송에 빠졌던 것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청소년기의 정신세계의 형성에도 팝송 가사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삶이 교육이다.

음악에 대한 흥미와 열정이 청소년기 나의 삶을 풍성하게 했고, 청년이 되어 교단에 선 뒤로는 나의 교직 삶을 기름지게 했다. 음악이 없는 소시 적 나의 삶을 생각할 수 없듯이, 음악이 없는 나의 교직 삶을 생각할 수도 없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이 내 수업을 좋아하고 나를 따르게 되는 밑천의 90퍼센트는 음악이 아닐까 싶다.

 

음악으로 내가 아이들에게 어필하는 요인은 3가지일 것 같다.

1) 음악적 역량. 기타를 약간 멋있게 연주하고, 밴드 음악 악기를 대부분 다루는 능력

2) 교수법. 특정 곡을 깊이 있는 해석 혹은 평론을 더하여 재미있게 전달하는 능력

3) (이게 중요하다) 교육적으로 의미 있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팝송) 콘텐츠를 많이 알고 있는 것이다.

 

자랑질 하려는 뜻은 없다.

나는 음악에 대해 약간 유능할 뿐이고, 다른 분들은 미술이나 체육에 유능할 수 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소시 때 무엇에 푹 빠져보는 게 아이를 성장시키고, 그런 아이가 나중에 교사가 되면 그것이 그대로 중요한 교육적 밑천이 되어 자신의 학생들을 그렇게 또 성장시킨다는 것이다. 요컨대, 교사가 소시 때 어떤 분야에 품은 흥미와 열정이 그대로 학생들에게 대물림 된다는 것이다.

 

.

 

교사의 흥미가 학생들에게 전달되듯이, 페이스북의 벗들에게도 공유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취지에서, 초등학생들도 쉽게 배울 수 있는 팝송 가운데,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면서 음악적으로나 교육적으로도 훌륭한 곡 가운데 내가 아는 몇 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오늘 소개할 곡은 [In Our Small Way]라는 제목의 음악이다.

 

이 음악은 마이클 잭슨이 잭슨 파이브(Jackson 5) 시절에 불렀던 노래다. 잭슨5는 잭슨 가()의 다섯 형제들로 구성된 패밀리 밴드인데, 마이클 잭슨이 막내이다. 마이클이 이 노래를 부를 때가 9살이었다. 될 성 부를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폭발적인 가창력이나 고음처리가 아홉 살 아이의 노래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다.

 

노랫말이 정말 훌륭하다.

............

 

아마 우리가 거창한 일은 하지 못 하겠죠

미래에 우리가 세상을 바꾸지는 못할 거예요

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가 바꿀 수 있는 뭔가가 있어요

우리들의 소박한 방식으로 말예요

 

실천이 따르지 않는 말만으로는 안 돼요

고통이 있는 곳에 우리는 목발이 돼 줄 거예요

목마른 사람이 있으면 서로의 컵을 채워줄 거예요

우리는 서로 배려하고 사랑을 나눌 수 있어요

 

절망 속에서 우리는 희망을 가질 거예요

우리 영혼을 위로하는 기도를 할 거예요

외로운 길을 함께 걸을 거예요

우리의 사랑과 배려심은 넉넉하니까요

 

잠깐만 시간을 내어 돌아보세요

그저 한 번 웃음 짓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보세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사랑이에요

 

.............

 

이 노래를 가르친 뒤에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생각하는 시간(도덕/철학 수업)을 갖게 한다.

 

생각해봅시다

마이클 잭슨이 말하는 우리들의 소박한 방식이란 어떤 것일까요?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소박한 방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초등학생들에게는 후렴(Chorus) 부분만 가르쳐도 충분하다. MP3 틀어 주고 후렴 부분이 나올 때 부르게 하면 아이들이 굉장히 흥겹게 따라 부른다.

 

Maybe you and I can't do great things

We may not change the world in one day

But we still can change some things today...

In our small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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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가 발표되었던 시절 한국에도 잭슨5를 모방한 패밀리 밴드가 있었으니 작은 별 가족이다. 이들이 이 노래를 우리말로 리메이크해서 부른 노래가 [나의 작은 꿈]이다. 잭슨5의 음악과 비교할 때 조잡한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그 시절 우리 가요의 수준을 생각할 때 연주 실력이 상당하다는 생각이다. 이들의 음악이 초라해 보이는 것은 연주실력보다 음악 장비의 빈곤 탓이 클 것이다.

 

.

 

오늘이 마이클 잭슨 10주기이다.

베토벤의 아버지는 음악에 재능이 있는 자기 아들을 제 2의 모차르트로 만들려고 가혹한 훈련을 시켰다고 한다. 술 취해서 새벽에 들어와 자는 베토벤을 깨워서 피아노 앞에 앉게 하곤 했다.

마이클 잭슨의 아버지도 어린 마이클에게 이런 식의 학대를 일삼았다. 덕분에 마이클 잭슨은 팝계의 모차르트로 성장했지만, 아버지는 그의 영혼을 망가뜨렸다. 어릴 때 받은 마음의 상처가 평생토록 지워지지 않았다. 한국 땅에 스키장을 소유하고 할 정도로 돈을 엄청나게 벌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아름다운 딸을 아내로 맞이하고 했지만, 마이클의 영혼은 늘 허전했고 주변엔 친구가 없었다. 그래서 늘 약에 의존했다.

 

마이클의 아버지가 욕심을 덜 부렸으면, 마이클이 자신의 소박한 방식대로(In Our Small Way) 살게 했으면, 마이클은 지금 우리와 함께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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