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인의 음악이야기

클레멘타인

리틀윙 2017. 2. 26. 09:21

요즘 애들 발랑 까졌느니 어쩌니 하지만 이런 노래 가르쳐 주면 하루 종일 흥얼거린다.

이 노래의 선율 자체가 매력적이지만, 노랫말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면 아이들이 쫙 빨려온다. 더불어 이 노래에 대한 애착이 더해지는 건 물론이다.

 

In a cavern, in a canyon,

Excavating for a mine,

Dwelt a miner, forty-niner,

And his daughter Clementine.

 

Oh my darling, oh my darling,

Oh my darling Clementine

You are lost and gone forever,

Dreadful sorry, Clementine.

 

이 노래의 우리말 버전은 넓고 넓은 바닷가에로 시작되지만, [클레멘타인]의 공간적 배경은 깊은 산골짜기(in a canyon)이다. [클레멘타인]이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불린 까닭은 아마도 최초에 이 노래를 우리에게 전한 미국인 선교사가 해안지방에서 선교활동을 벌이면서 지역주민의 정서에 맞게 노래가사를 고쳐 가르쳤던 것으로 이해된다. 말하자면, 지역 특성에 맞게 교육과정의 재구성을 꾀한 것이다.

 

한편, 이 노래의 시대적 배경은 골드러시라 불리는 역사적 현상과 관계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것이 1492년인데 그로부터 약 100년 뒤부터 북아메리카에도 유럽인들이 건너와 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초기만 하더라도 북아메리카에 이주해온 백인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1849년 캘리포니아에서 엄청난 규모의 금광이 발견되었는데 그때부터 유럽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아메리카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골드러시(gold rush)’이다.

 

노랫말에서 포티나이너(49-er)란 말은 골드러시의 해인 1849년에 금을 캐러 건너온 사람들을 뜻하는데, 노래의 주인공인 클레멘타인의 아버지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무남독녀인 클레멘타인을 끔찍이도 예뻐했건만 운명은 잔인하게도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 아버지가 금을 캐는 동안 어린 딸은 새끼 오리들을 물가로 데려가고 있었는데 발을 헛디뎌 그만 물에 빠져버렸다. “아버지, 살려주세요하며 다급하게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나와 보니 딸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지만, 자신은 헤엄을 못 치기 때문에 두 눈 버젓이 뜬 채 딸이 물에 빠져 죽는 장면을 지켜봐야만 했다.

(우리나라의 [아리랑]이 그러하듯, 민요는 여러 가지 버전이 있기 마련이다. 이 노래의 다른 버전에서는 인공호흡만 했어도 살릴 수 있었건만(Artificial respiration would have saved my Clementine)”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아마 어찌어찌 해서 클레멘타인을 건져 올렸지만 응급처치에 관한 지식이 없어서 사랑하는 딸을 그만 자신이 죽이고 말았다고 자책하는 안타까운 부성애를 읽을 수 있다.)

 

포티나이너의 대부분은 돈 많은 투자자들에 의해 고용된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포티나이너들의 삶은 너무나 힘들고 불행했다. 게다가 당시에는 교통이 매우 불편했기 때문에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가는 자체가 엄청난 위험과 고생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었다. 벼락부자가 되어보겠다는 큰 꿈을 품고 바다 건너가 죽도록 고생하면서 대부분의 포티나이너들은 삶에 대한 희망을 잃어갔다. 그렇게 축 늘어진 이들에게 [클레멘타인]의 이야기는 자신의 처량한 신세와 맞아 떨어져 큰 감동을 주었다. 그리하여 입에서 입으로 이 안타까운 아버지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그것이 아름다운 구전가요 즉, 민요가 된 것이다.

 

영어 시간에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쳐주고 싶다면 이 노래가 딱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3까지 모든 학생들이 좋아할 노래다. 그리고 위에서 내가 적었듯이, 이 노래의 배경인 골드러시이야기와 함께 노랫말에 얽힌 사연을 들려주면 감동적인 수업이 될 것이다.

 

모든 아름다움은 슬픔과 연결되어 있다.

물질적 풍요 속에 정신적으로는 빈곤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교육에서 심미적 감성을 불어 넣는 노력은 정말 중요하다. 천박한 대중문화로 영혼이 오염되어 가는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노래, 격조 높은 음악을 많이 들려주고 가르쳐 주자.

 

 

201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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