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말한다

배움과 가르침

리틀윙 2019. 3. 27. 12:49

   

배움과 가르침은 결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 이치는 교수-학습이라는 두 대립물의 통일이라는 현학적 역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식 그 자체다. 누구든 자신이 모르는 것을 남에게 가르칠 수 없기 때문에 가르치기에 앞서 먼저 배워야 하는 것이다.

 

초임교사는 몰라도 교직경력이 어느 정도 쌓이면 더 이상의 교재연구, 교사의 배움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고경력 교사가 매너리즘에 빠지는 게 이런 기제인데, 이러한 착각은 교육과정의 개념을 교사용지도서에 제시된 교수학습 목표 따위에 국한해 생각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교사의 이 얄팍한 생각을 깨뜨리는 것은 다름 아닌 학생이다. 학생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해 본 적이 없는가? 그런 경험이 별로 없다면 그 사람은 건강한 교육실천을 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의 수업에서 학생은 결코 살아 숨 쉬는 배움을 얻지 못한다. 교육현장에서 시범수업이라는 상황 속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수업지도안이라는 미리 짜여진 교수학습전략에 따라 교사와 학생이 상호작용을 기계적으로 펼쳐가는 역할놀이를 흔히 좋은 수업이라 평하곤 한다. 하지만, 시범수업에서 학생의 질문이 터져나오는 것을 보기는 극히 드물다.

 

이런 수업 끝에 학생이 배우는 것은 별로 없다. 학생의 입장에서 이런 수업은 뭘 먹긴 먹었는데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는 식사와도 같다. 학습활동에서 배움이 일어나면 필연적으로 질문이 나오게 되어 있다. 질문이 터져 나오지 않는다는 자체가 그 수업에서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증거인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교육과정이란 개념은 특정 학습주제와 관련하여 아이들이 품을 수 있는 모든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넓게 확대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지평은 거의 무한하다고 봐야 한다. “배움엔 끝이 없다는 상투적인 경구가 이를 말한다. 배움에 끝이 없으면 교육과정의 외연(extension)도 끝없이 확장되어야 한다. 때문에, 교사의 교재연구도 끝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교사용지도서라는 매뉴얼 탐독으로 교재연구의 문제를 갈음한단 말인가!

 

..........

 

33년 교직에 몸담은 한 역사 교사가 공개수업을 했다. 수업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많은 참관인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수업 후에 이웃 학교의 한 교사가 물었다.

 

당신은 이 훌륭한 수업을 준비하는 데 몇 시간을 들였나요?

 

역사교사는 대답했다.

 

나는 평생 이 수업을 준비했고 모든 수업을 평생 준비합니다!.

 

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