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월드컵과 버닝

리틀윙 2018. 7. 12. 14:30

 

나는 TV를 안 본다. 드라마나 예능프로는 물론 뉴스도 안 본다. 내가 세상 돌아가는 것을 들여다보는 유일한 창은 스마트폰 앱으로 깔아둔 daum화면이다.

 

세계인의 가장 큰 축제 월드컵이 시작된 것을 어제 daum을 통해 알았다. 월드컵 시작을 알았으니 이어지는 관심사는 한국 경기가 언제인가 하는 것이다. 운동 마치고 사우나 하다가 옆 사람에게 물었다. “한국 경기 언제죠?” 그 분도 잘 모르겠다 하신다.

 

나만 월드컵에 관심 없는 게 아닌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처럼 길거리나 광장에서 붉은 셔츠 입고 떼 지어 응원하는 풍속도도 자취를 감춘듯하다. 국가대표 응원단장 김흥국이가 찌그러진 탓인가? 어쨌거나 무척 바람직한 현상이다. 김흥국이도 수구정당 정치인들도 스포츠 열기도 계속 찌그러져 있기 바란다.

 

인간의 열정은 무한하지 않아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관심을 쏟으면 정말 중요한 일에는 무심해지기 마련이다. 40분마다 한 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회다. 매일 2천개의 점포가 망하고 3천개가 새로 열린다. 영화 버닝에서 보듯, 절대다수의 청년들에게 출구가 없는 현실이다. 99%의 종수(유아인)는 초라한 자취방에서 마스터베이션을 하고 1%의 금수저 청년은 예쁜 여자 끼고 파티를 한다.

 

연예인의 일상이나 스포츠에 관심을 줄이고 현실에 관심을 가지면 현실은 바뀐다. 1%의 비현실적인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삶에 관심을 끄고 현실 속 종수와 해미의 삶에 관심을 가지면 현실은 바뀐다. 1%99%의 부당한 비대칭의 인과관계에 관심을 가지면 99%의 청년들이 덜 분노하고 덜 버닝 하는 삶이 실현된다.

 

근데 한국 경기 언제지?

 

2018.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