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사디즘의 일상화

리틀윙 2018. 2. 1. 08:13

차를 몰고 아파트를 나서는데 정문 앞 도로에서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가 교통 정리를 하고 계신다. 익숙한 동작으로 이리저리 방향지시봉을 움직이면서 운전자에게 출발 신호를 보내고선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로 마무리 한다.

 

일찍 출근하는 편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이 분들과 마주칠 일이 없다. 지금 방학이라 보충수업 받으러 학교 가는 딸아이를 태워주기 위해 나가다가 경험하게 된다. 참 불편하다. 오늘 날씨는 또 얼마나 추운가? 차 안에 있는 나도 추워서 연신 입김을 호호 불어대는데 바깥에 서 계시는 분은 오죽할까?

 

운전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저런 수고를 할 필요가 있나 싶고, 최소한 혹한기에는 안 하셨으면 좋겠다. 아니, 다 좋은데 90도 허리 숙여 인사하는 건 정말 불편하다. 주민을 위한 교통정리는 그 분 본연의 임무일 수 있지만, 과도한 예절 표현은 아니다. 왜 선량한 주민을 노룩패스의 김무성이 같은 인간으로 만드는가?

 

본인 스스로 그 자학적인 처신을 원했을 리는 없고 만약 어떤 제도적 강제의 결과라면, 이건 폭력일 뿐이다. 그 폭력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고 즐기는 자가 있다면 사디스트라는 이름의 정신병자에 다름 아니다.

 

자신도 아파트 문을 나서면 먹고 살기 위해 누군가에게 굽신거리면서 자기보다 못한 사회적 약자의 과도한 섬김에 익숙해지면 우리 모두는 김무성이가 된다. 사디스트와 마조키스트의 물고 물리는 관계망으로 점철된 이 정신분열 사회의 일상이 우울하기만 하다.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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