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천

부정 –3

리틀윙 2017. 2. 26. 10:34

지난 글에서 지적인 사유 즉 철학적 사고는 부정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우리는 기존 사고를 끊임없이 부정해 감으로써 진리의 근사치에 다가갈 수 있으니, 변증법의 용어로 부정의 부정(negation of negation)’이라 한다.

 

그런데, 변증법에서 부정이란 말의 원어는 Aufheben인데, 영어로는 ‘negation(부정)’ 우리 말로는 지양(止揚)’으로 번역된다. 그러나 독일어 아우프헤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의미를 동시에 품고 있는 개념임에 유의해야 한다.

1)부정(negation) 2)보존(reservation) 3)상승(elevation)

 

사유(이성)의 발전이든 감성의 발전이든 모든 발전은 이 ‘Aufheben’의 원리에 따라 이루어진다.

 

 

 

 

사진 자료에서 제시된 개인의 음악 취향이 발전하는 원리를 예로 들어 보자.

 

개인의 음악 취향은 보통 팝에서 시작하여 록음악으로 갔다가 재즈 혹은 클래식으로 발전해 간다. 록과 재즈의 과도기로 블루스를 경유할 수도 있는데, 블루스는 록음악에 넣어도 무방하다.

 

처음 팝음악에 입문할 때는 시끄러운 록음악에 거부감을 갖지만, 일정한 시기가 되면 록음악 특유의 거친 감성코드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이 지점에 도달할 사람은 한때 팝음악에 매몰되어 있었던 자신의 음악세계가 나이브한 수준이었음을 알게 되고 기존의 자기 세계에 대한 부정이 이루어진다(=부정)

그러나, 기존의 음악세계를 깡그리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 팝음악 가운데 록 음악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좋은 음악(비틀즈의 음악이 그 전형에 해당한다)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여전히 자신의 선호 영역 속에 남겨 둔다(=보존).

어쨌거나 기존의 감성체계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갈아탄 것은 엄연한 발전이다.(=상승)

 

이처럼 우리의 사고는 늘 왔다 갔다 하며 부정의 부정을 꾀하는데, 왔다 갔다 하는 운동의 방향이 수평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나선형으로 상승해 가는 모양을 띤다.

따라서, 처음의 사고와 나중의 사고 가운데 후자가 무조건 발전적인 모습(=상승)이라 봐야 한다.

 

따라서, 우리의 사고는 늘 변해야 한다.

일관성이란 이름으로 변하지 않는 사고를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진보진영에 많다.

 

얼음판 위의 장작불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운동하는 80년대의 지향성이 현재도 유효한 것은 아니다. 그 시절엔 독립운동 하듯이 운동하는 것이 긍지이고 자랑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사고는 늘 변해야 한다.

변덕과 변화는 다르다.

그리고 구태의연과 일관성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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