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론

아름다운 사랑은 아름다운 삶 속에서 가능하다

리틀윙 2016. 10. 11. 10:09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늦은 밤 지하철 역 같은 공공장소에서 젊은 커플들이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애정행위를 과감하게 주고받는 모습들을 보며 당혹감을 느낀다. 이러한 풍속의 변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

우선,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우리 기성세대들은 군사정권기에 청춘을 보내면서 전체주의적 사고에 익숙한 결과로 허례허식에 집착하는 경향성이 강하다. 이런 면에서, 현재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고 과감하게 표현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내가 우려하는 것은, 서로 사랑하는 두 남녀가 얼굴을 마주보며 뜨거운 애정의 감정을 나눌 때, 마치 이 세상엔 두 사람 외에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은 듯한 “외부세계와의 단절을 불사하는" 자세에 대해서이다.
우리 인생에서 이성에게 품는 사랑의 감정은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삶이다. 삶이 있고 사랑이 있는 것이지, 그 역은 아니다. 무릇 인간에게 아름다운 사랑은 아름다운 삶 속에서 가능한 것이다.
인간 삶의 본질은 “사회적 삶”이다. 개인의 행복은 그가 속한 사회적 공동체의 행복을 전제로 가능한 것이다. 주위의 이웃들은 고통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데 나 혼자 잘 먹고 잘 산다고 해서 행복을 느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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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내가 바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지하철역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꼭 껴안고 뜨거운 입맞춤을 나누다가 그 너머로 노숙자의 초췌한 얼굴이 포착될 때, 잠시나마 개인적 황홀경을 뒤로 하고 사회적 존재로서 이웃의 불행에 대한 불편을 느껴 보는 것이다.
더 나아가 달콤한 키스 타임이 끝난 뒤에 커피숍에서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사회적 모순’에 대한 담론을 나누는 것이다. 만약 그런 나의 행동 변화에 파트너가 불쾌한 반응을 보인다면, 나의 사랑의 무게에 대한 의심을 품어야 한다. 그런 상대를 사랑할 가치가 있는지 회의해 봐야 한다.
세상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개인적으로도 아름다운 사랑을 경작해 갈 수 없는 사람이다.
사회적 존재로서 한 젊은이가 품는 사랑이 아름다운 것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삶에 대한 고민과, 그 고민을 통해 서로 동반 성장해 갈 수 있는 관계맺음이어야 한다.
그런 남녀가 나누는 애정행위라면 공공장소든 어디든 뽀뽀가 아니라 더 진한 퍼포먼스를 해도 나는 박수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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