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초 이야기

어떤 이별-2

리틀윙 2014. 11. 1. 21:47

어제(10.28) 공부시간에 청소 할머니께서 다음 주부터 못 나오신다며 그 분의 딱한 사정을 우회적으로 살짝 들려줬더니, 우리 반 미구딱지들이 어제 중간놀이시간에 도서관에서 롤링페이퍼 작업을 했다. 내가 너무 기특해서 이 종이를 현관에 붙여서 다른 아이들도 적게 하자고 제안하자 아이들이 좋다고 했다. 6학년 언니들도 3학년 동생들도 동참해서 저런 멋진 작품이 만들어졌다. 마침 어르신께서 지나가시길래 한 컷 찍었다.

 

 

 


오늘 아침 차를 주차하고 현관으로 향하는데 먼발치에서 보니 어르신께서 이 대자보(?) 앞에 오래도록 서 계시다가 내 발 소리를 듣고 현관으로 들어가셨다. 아이들이 깨알같이 써 놓은 글을 열심히 읽으셨을 것이다. 아이들 말로, 할머니께서 당신 집 벽에 오래도록 붙여 놓고 읽으시겠다고 하셨다 한다.

내 생각인데, 아마 어르신은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비록 아이들이지만)로부터 관심과 애정을 받아본 적이 없을 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들이 너무 이쁘고 고마우실 것이다. 그래서 더욱 이 이별을 애닯아 하실지도 모르나, 그만큼 당신이 이곳에서 대접받을만큼 삶을 잘 사셨다는 징표로 간직하며 마음 한 켠에 가슴 뿌듯함을 느끼시기 바란다. 요컨대 이 롤링페이퍼는 당신의 삶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는 최고의 표창장일 것이다.
어르신의 앞날에 축복 있기를...
그리고 정 많은 우리 반 녀석들, 정말 자랑스럽다.
교육은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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