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속 들여다보기

방과 후에 집에 가면 누가 있나요?

리틀윙 2014. 9. 15. 12:08

 

Q) 방과 후에 집에 가면 누가 있나요?
A) 네.

나는 “방과 후에 집에 가면 누가 너를 기다리냐”고 물었는데, 아이는 “집에 누가 있냐 없냐”는 뜻으로 해석해 아주 쿨하게 ‘네’라고 답했다.

...

누구의 잘못이 클까?
바보같은 대답 없다. 바보같은 질문이 있을 뿐이다.

말과 달리 글에는 음색(tone)이 없어서 저런 혼란이 빚어진다. 어른들은 바보같이 물어도 알아서 질문자의 의도대로 답해주지만 아이들은 자기 쪼대로 대꾸한다. 그래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나를 자주 돌아보게 된다. 아이들이 나를 가르친다.

저런 혼란은 전혀 스트레스가 아니다. 오히려 하루의 피로를 씻어주는 청량제와도 같다.

오랜 만에 학급 맡으니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즐겁다. 선생은 역시 담임을 해야 선생이다.
나는 가르치는 것이 좋다.

 

20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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