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교권침해에 관한 철학자 강신주의 글 비판

리틀윙 2013. 2. 3. 00:53

학생이든 여성이든 아니면 인간이든 인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대상이 사회적 약자라서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학생인권 때문에 교권이 침해되었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선생님들이 학생보다 약자는 아니니까 말입니다.

 

 철학자 강신주가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 [철학자 강신주의 비상경보기: 무엇이 우리 선생님들을 부끄럽게 만드는가?]의 일부분이다. 전문을 보시려면,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1272126075&code=990100

 

 

 

반론)

학생인권 때문에 교권이 침해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교권은 바닥에 떨어져 있고 교실이 심각한 위기상황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현장교사들의 불만은 학생인권을 신경 쓰면서 상대적으로 교권에 대한 배려는 소홀했다는 것이다

글쓴이와 같은 대학교수들은 교권을 침해받을 일이 없기에 교권과 관련한 현장교사의 절박한 심정을 잘 모를 것이다.

옳고 그름은 항상 구체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현장교사의 입장에선 학생이 사회적 약자라는 말은 구체적 사실성과 거리가 먼 창백한 일반론으로만 들린다. 교권이 짓밟히는 장면에서 학생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순진한 초임 여교사가 영악한 학생들에게 수모를 당하는 상황에서 학생이 사회적 약자라 하면 학생들도 웃을 것이다. 힘없는 여선생의 취약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악동들이 저지르는 만행은 교권침해를 넘어 (성폭력적이기까지 한 점에서) 인권침해의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는데, 이런 리얼리티 속에서 우리가 누구를 사회적 약자로 일컬어야 할까?

    

 

 

현재 우리 학교 현실은 1960년대에 학생폭력으로 얼룩진 미국사회 현실을 영화화한 <정글 블랙보드>를 방불케 한다. 교사의 권위가 무너지는 것도 유지되는 것도 정글의 법칙에 따라 좌우된다. 덩치 크고 무서운 남자 교사가 교권침해를 당할 일은 거의 없다. 정글블랙보드에서 영악한 학생-학부모들의 표적이 되는 교사는 아주 젊은 여교사나 나이가 많은 여교사들이다. 학교라는 정글에서는 이들이 사회적 약자. 고상한 표현으로 그렇고, 실감나게 말하면 이들은 못된 학생 놈들의 이다. 둘 관계의 실질적 속성과 형편이 이러한데, 학생인권이라는 이름의 핵우산 아래 이 못된 놈들의 준동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교사들의 사기는 실추되고 사회적 약자인 여교사들의 한숨과 상처는 깊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구상의 마지막 유교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이제 신화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수업시간에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는 여교사에게 욕설을 하고 주먹과 발로 교사를 폭행했다는 뉴스는 더 이상 충격이 아니다. 특히 중학교에서 이런 일은 심심찮게 벌어진다. 여교사가 판서하기 위해 등을 돌리는 순간 학생들이 일제히 종이를 찢은 조각을 칠판을 향해 날리는 풍경은 일상이 되었다. 이런 곳에서 무슨 교육이 이루어지겠는가? 차라리 우리 때처럼 학생이 교사에게 꼼짝 못하는 식민지적 교육풍토가 더 좋았다. 물론 교권을 살리기 위해 폭압적 권위주의를 부활시키자는 말은 아니다. 교권보호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학생인권보다 교권보호가 더 우선시되어야 한다. 그게 교사와 학생 모두를 위하는 길이다.

 

진리는 항상 구체적이어야 한다. 구체성은 본질적으로 실천을 통해서만 획득되는 법이어서 교권침해와 관련한 빛과 그림자는 현장교사들의 판단이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현장교사만큼 현장의 애환을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강신주라는 철학자를 신뢰하는 편이다. 그 분의 남다른 학구적 열정과 역량에 호감과 존경을 품는다. 그러나 유능한 철학자가 모든 사회현상에 정통할 수는 없다. 교권침해에 대해 현장교사 특히 여교사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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