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일탈과 성장

리틀윙 2013. 2. 1. 13:39

개학 첫날이다.
오전 수업 하고 아이들을 집에 보내는데, 3층 교실에 있는 아이들이 신발을 신은 채 내려간다. 사실 6학년들이야 오래 전부터 그랬다. 오늘은 4학년 녀석들도 그렇게 한다. 나와 마주치니 놀란 기색으로 허급지급 신발을 벗으려 한다.
그냥 신고 내려가라고 했다. 비가 와서 온 복도와 계단이 물에 젖어 맨발로 다닐 수 없는 노릇이니 오늘 하루만 그렇게 하라고 했다.

여학생들은 보통 실내화가방을 들고 다니기에 이런 일이 잘 없다. 남학생들은 신주머니 들고 다니는 것이 ‘가오’가 안 선다고 생각하는지 실내화를 교실(3층) 신발장에 벗어 둔 채 보통 신발을 들고 맨발로 내려가는데 오늘은 비가 와서 딴에는 모험심을 발동하다가 운 나쁘게 나와 부딪힌 상황이다.
...
우리 집 근처에서 평소 내가 직진신호에서 직좌로 바뀌기 전에 신호 무시하고 좌회전 해버리는 삼거리 길이 있는데 어느 날부터 ‘비보호좌회전’으로 바뀌었다. 법이 착하게 바뀌니 나도 착한 사람이 됐다.
학교에서도 무리한 법집행(?)으로 일탈자를 양산하기보다는 아이들이 규칙을 어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규칙을 개정하든지 아니면 환경을 바꿔줘야 한다. 이를테면, 1층에 신발장을 두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 따른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내 말은 뭐든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복도계단인데 3층으로 올라가는 왼쪽은 말라 있지만,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물에 젖어 있다. 비가 와서 그럴 수도 있고 청소당번이 물 밀대로 밀어서 그럴 수도 있는데 어쨌든 축축해서 맨발로 지나가기에는 안 좋은 상황이다. 누구나 이렇게 되면 신발을 신고 싶어 진다.

물론. 신주머니를 지참하면 되겠지만, 그건 저학년 스타일이다. 4학년쯤 되면 그런 '바른생활'을 탈피하고픈 생각이 든다. 그것을 또래집단의 정상적인 성장 욕구로 보는 교육적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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