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대구지하철참사 10주년을 맞아

리틀윙 2013. 2. 18. 08:43

 

ⓒwhotalking.com

 

 

 

오늘(2013.2.18)은 대구지하철참사 10주년 되는 날이다. 사회에 불만을 품은 한 사람이 저지른 이 참극으로 192명이 희생되었으며 148명의 부상자들 상당수는 아직까지도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대구지하철참사나 남대문 화재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은 망가진 한 사람의 아웃사이더가 얼마나 심각한 사회적 불행을 빚어내는가 하는 것이다. 소외되고 망가진 영혼의 소유자들이 갈 길은 두 가지밖에 없다. 선량한 대다수는 자살의 길을 선택할 것이다. 내가 못난 탓이니 아무에게도 폐 끼치지 않고 조용히 생을 마감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살공화국 대한민국에서는 20분마다 한 명씩 자살로 죽어간다. 죽을 생각을 한 사람이 무슨 짓을 못하겠는가. 막장으로 내몰린 비참한 인생이 불공평한 사회에 품은 앙심이 묻지마범죄로 이어지면 온 세상을 경악하게 하는 비극이 초래되는 것이다. 요컨대 이들은 움직이는 시한폭탄이며 잠재적 살인병기다.

 

나는 위의 두 사건이 치열한 생존경쟁의 논리로만 돌아가는 천민자본주의 한국사회에서 앞으로 벌어질 총체적 사회적 비극의 서곡에 불과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미래에 이 사회의 주역이 될 아이들의 현재 모습을 보면 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우리 교사들은 지금의 아이들이 예전과 많이 다름을 절실히 느낀다. 특히 이명박 이후에는 초등 아이들도 살인적인 경쟁위주의 교육으로 망가져가고 있음에 통탄해 마지 않건만 경쟁교육은 폭주기관차마냥 멈출 줄 모른다.

경쟁적 교육시스템도 문제지만,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면서 혼혈아동과 북한이탈주민 등 문화적 이질성으로 인한 사회적 소외계층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도 사회적 말단과 이방인의 처지를 영원히 못 벗어날 이들 상처받은 영혼이 미래에 선택할 길 또한 위에서 말한 두 갈래 밖에 없을 것이다.

 

 

 

    ⓒ MBC

 

초등학교 때부터 스펙 쌓기에 열중하여 평생토록 이어지는 경쟁 대열, 만인이 만인에 대해 야수가 되어 벌이는 치열한 생존경쟁이 난무하는 이 천민자본주의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지금 이 글을 쓰는 사이에도 여럿 생명이 자진해간다.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사람이나 자신의 분노를 사회를 향해 폭발시키는 사람 모두 이 미친 경쟁사회의 희생자이긴 마찬가지다. 대구지하철이나 남대문 화재사건의 경우를 보듯 선량한 시민 모두가 피해자이다.

 

경쟁교육은 교육의 원리나 이상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아무런 긍정적 결실을 자아내지 못한다. 아이들의 무한한 잠재력과 창의력을 말살시키면서 자동인형 같은 인간을 양산해내는 것은 국가 경쟁력에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될뿐더러 심성이 망가진 아이들이 초래할 사회적 불행을 감안할 때 그 해악성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경쟁을 통해 우수한 학생 백을 만드는 것보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따뜻한 사회적 풍토 속에서 상처받은 영혼 하나를 덜 만들어내는 것이 인간적으로나 실용적으로도 훨씬 이롭다. 경쟁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 무한경쟁은 무한불행을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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