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노트

대한민국사 -4

리틀윙 2011. 12. 12. 00:48

한홍구의 대한민국, 1~3편 까지는 몇 년 전에 재밌게 정독했고 지금 내 서재에 비치되어 있다. 어제 시립도서관에 이 책 4편이 있길래 빌려와 재밌게 읽고 있다.

 

 

 

 

Marx가 안되면 Max도 안돼!

금서를 보면 그 시대가 보인다 했는데, 참 우리 사회 예전에 한심했다.

양심수들이 교도소에서 책 반입을 하는데 검열이 매우 엄격했다.

막스 베버의 책에 막스가 있어 안 된다기에, ‘Marx’는 좌파이고, ‘Max Weber’는 우파의 대가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소용없더란다.

우리 말 발음으로 MarxMax의 발음이 비슷해서 무식한 인간들이 변별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떠오른 생각이, Max Weber를 독일식이 아닌 영어식 음독으로 맥스 웨버라고 학계에서 유통시켰으면 저런 불상사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김형욱, 돌대가리로 박정희를 들이 박다

박정희 정권기에 중앙정보부장이란 직책은 박정희의 오른팔을 의미했다. 김형욱 박정희 18년의 1/3 이상의 기간 동안 중앙정보부장직을 맡았다. 그런데 김형욱은 자타가 공인한 돌대가리였다고 한다. 단순무식해서 과격한 것이 유일한 장점인 인물이었는데, 박정희는 왜 이렇게 무능한 인물을 요직에 앉혔을까?

초대 중정부장은 김종필이었다. 김종필을 중앙정보부를 창설한 인물이었고 언변과 능력이 뛰어난 실력자였다. 그러나 박정희는 젊고 능력있고 야심만만한 김종필을 계속 그 자리에 앉혀 두는 것을 불안해했다. 그가 다름 아닌 자신의 조카사위임에도 말이다.

박정희의 용인술은 이름 없는 사람을 썼다가 그가 성장했다 싶으면 바로 싹을 잘라 버리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자기 친위인물들끼리 자기에 대한 충성을 경쟁시켜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고 감시하도록 했다. 그런데 결국 이 비인간적인 용인술은 자기 무덤을 파는 결과가 되었다. 김재규가 차지철에 대한 원한이 폭발하여 10.26이 빚어졌으니.

단순무식한 김형욱은 박정희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갔다. 좌익전력이 있는 박정희를 색깔론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박정희는 북에서 밀사로 내려온 황태성이 너무 가까운 선배이자 둘째형의 친한 친구이기 때문에 도저히 죽일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김형욱이 황태성을 사형해야 한다고 밀어붙였다고 한다.

 

미국으로 망명해 두문불출하고 지내던 김형욱은 1977년에 프레이저 청문회에 등장해 박정희 정권의 악행에 대해 증언했다. 한국 정부의 외환보유고가 3,000만 달러 수준일 때 박정희가 미국으로 빼돌린 재산이 2,000만 달러에 이른다고 그의 행적을 적은 여러 기록들이 말하고 있다.

프레이저 청문회에서 박정희에 관해 모든 것을 털어 놓았지만, 단 한 가지 박정희의 여자관계만은 털어놓지 않았다. 박정희가 김형욱을 죽인 것은 기왕의 폭로에 대한 복수였을까, 아니면 아직 남아 있는 추잡한 시한폭탄에 대한 예방이었을까? (137)

 

5.16장학회, 정수장학회

부일장학회 사건은 1962년 당시 첫손에 꼽히던 재력가인 김지태를 사소한 혐의로 구속시켜놓고 부일장학회 명목으로 그가 소유한 토지 10만 평과 <부산일보>, 한국문화방송, 부산문화방송의 주식 100퍼센트를 헌납받고 풀어준 사건이다.

박정희는 정권 유지를 위해 언론을 장악할 필요가 있었기에 언론3사의 주식을 강탈했다. ...... 김지태는 구속된 상태에서 19625월 포기각서를 쓸 때는 재산을 국가에 헌납한다고 했지만, 620일에 작성된 기부작성서에는 헌납할 곳이 아직 설립되지도 않은 5.16장학회로 되어 있었다. 5.16장학회는 박정희 사후 정수장학회로 이름을 바꾼 채 박정희 유족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국가에 바친 재산이 이렇게 사유화 됐으니, “짐은 곧 국가라고 할밖에...... (141)

 

 

 

 

 

한홍구는 글을 정말 재밌게 잘 쓴다. 관점도 정확하고 해서 내가 신뢰하는 학자인데, 이 책의 말미에 나오는 유시민 이야기는 조금 실망이다. 내 생각인데, 저자와의 사적 친분 때문에 자신의 주관적 편견이 개입되어 있지 않나 싶다. 유시민이 뭐 그리 대단한 인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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