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천

순수 문학

리틀윙 2011. 2. 20. 20:05

 

 

 

(KBS 나레이션)

보내는 마음 떠나는 마음이 교차하는 순간, 이 순간에 우리는 한 지도자의 초지일관한 신념의 완성과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봅니다.

 

(남자 1호)

각하의 위대한 업적은 영원히 역사에 기록되고 찬양될 것입니다. 어쩌구저쩌구...”

 

(다큐 나레이션)

전두환의 청와대 마지막 밤, KBS는 전두환의 퇴임을 9시 뉴스에 20분간 내보냈다.

 

유명시인이 독재자에게 바치는 송시가 만찬장에 엄숙히 울려 펴졌다.

 

(여자 1호)

그동안 7년 국정을 위하여는

촌각을 쉬지 않는

님의 그 정력과 열과 성과

그리고 그 용단으로 하여

국운은 날로 선진을 발하고 도약해갔습니다. (선진을 발한다? 이게 어느 나라 말인지?)

님은 겨레의 빛이 되고 역사의 소금이 되소서.

님이시여, 하늘을 우러러 만수무강 하소서. (일송정 푸른 솔은... <선구자> 선율 커졌다가 페이드 아웃)

 

........

 

위의 시를 헌사한 유명시인은 이라는 시로 유명한 김춘수였다. 그는 순수시순수문학을 부르짖은 자였다.

순수문학, 순수예술, 순수교육(=중립적 교육)

과연 당파적으로 순수한 무엇이 가능한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위의 시를 노래할 때에는

그는

순수시인 듯했다.

살인마를 찬양할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똥이 되었다.

 

 

 

순수하다는 무엇보다 더 불순하고 추한 것은 없다.

그리고 중립적인 무엇도 없다.

누구나 세상에 뭘 내놓는 순간 이 편 아니면 저 편을 들게 되어 있다.

당파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