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나들이(TRAVEL)

숫자 3... 그리고 일본문화

리틀윙 2020. 4. 4. 01:35


우리 조상들은 홀수를 좋은 숫자로 여겼다. 홀수가 겹치는 날을 길일(吉日)로 삼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설날(1.1), 삼월삼짓날(3.3), 단오(5.5), 칠월칠석날(7.7), 중양절(9.9)로 정했다.


(이건 나의 생각이다) 홀수 가운데 가장 애착을 품었던 수가 ‘3’이었고, 그 다음으로 오는 ‘4’는 가장 불길한 수로 여겼다. 수는 홀수 아니면 짝수이니, 홀수를 좋은 숫자로 여겼다는 것은 짝수를 기피했다는 뜻이 된다. 절에서 악귀를 쫓아내는 사천왕상은 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건 대학 때 한국사 강의 때 들은 이야기) 단군이 고조선을 세운 때가 기원전 2333년이라 하는데, 숫자 3이 연속으로 세 번 나오는 걸로 봐서 후대에 누군가가 지어내었을 가능성이 많다. 즉, 실제 우리나라 나이는 이보다 훨씬 앞설 수도 있고 뒤일 수도 있다.


3은 기하학적으로도 안정감을 주는 숫자이다(사진). 그리고 일상 속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수치이기도 하다. 여행할 때 세 사람이 함께 가면 좋은 것이 의견이 나뉠 때 결정을 내리기 쉽다. 반대로 2인 또는 4인이 함께 하면 분쟁이 발생하고 패가 나뉠 가능성이 많다. 로마의 과두정이 3인으로 구성된 것(트로이카)도 이런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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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 이름에 ‘三’ 자가 들어있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일본 영향이라는 나의 의견에 “우리 조상들이 원래 3을 선호했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는데... 나의 맥락에서 ‘삼’이 들어가는 이름은 ‘삼돌이’와는 다르다. 삼양, 삼미, 삼풍, 삼성 등으로 ‘삼□’라는 식의 2음절 조어는 일본식 이름에서만 볼 수 있다.


그 결정적인 증거는 이들 기업들이 모두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점이다. 삼성의 출발은 1938년 이병철의 삼성상회이다. 그 후 삼성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에 이어 박근혜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경유착으로 승승장구해왔다. 이야기가 옆길로 샐 것 같으니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따로 짚기로 한다.


사실 우리 문화는 중국 아니면 일본의 영향을 받았지, 자생적으로 배태된 것은 별로 없다. 19세기말 개화기를 기점으로 그 이전에는 중국 그 이후는 일본의 영향이 지대했던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콤플렉스를 느낄 필요는 전혀 없다. 왜냐하면 지금은 거꾸로 중국과 일본이 한국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한국이 정말 대단한 것이 일본 것을 모방해서 그보다 더 뛰어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점이다. 사실, 80년대까지 음악이나 영화에서 한국은 일본 것을 많이 베꼈다. TV 프로그램이나 광고도 일본 것을 그대로 표절해 썼다. 하지만, 지금 K-pop이나 한국 영화 수준은 일본을 능가한다. 일본 카라오케 가서 놀란 것이, 우리나라 기술로 만들어진 반주기를 쓰는 것이었다. 그리고 스크린 골프장도 전부 한국에서 수입한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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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s nothing new under the sun.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문화에는 국경선이 없다.

좋은 것이 있으면 국적을 불문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야 한다. 일본에서 놀란 또 다른 사실은 허름한 식당이나 다방(커피숍) 심지어 목욕탕에서도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는 점이다. 주인이 재즈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마케팅 전략(상술)으로 재즈를 트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일본이 고령화사회인 것과 관계있을 것 같다(지금 적으면서 떠오른 생각이다). 일본 거리에서는 아이는 잘 볼 수 없고 노인이 많다. 아마 20년 뒤의 한국사회가 이런 모습일 것이다.


전후 일본에서는 미국 문물의 상징인 재즈 음악이 대중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놀랍지 아니한가? 원자폭탄으로 자기네 나라를 잿더미로 만든 적국의 음악을 좋아하다니. 똑같은 전쟁 피해국이지만 북한은 미국을 원쑤의 나라니, 미제국주의 강도니 하면서 미국과 관계되는 모든 것을 철저히 거부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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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the World.

하늘 아래 무슨 무슨 민족이 처음부터 따로 있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한가족이다. 

도대체 우리 몸속에 순수한 한국인의 피만 흐르고 있을까? 일본인들의 몸속에는 한국인의 DNA가 없을까?


민족이니 국적이니 하는 개념은 조선시대까지 없었다. 이를테면 백두산 근처에서 살던 토착민들은 자신이 어느 나라 사람인가 하는 문제에 관심이 없었고 민족 정체성 따위의 의식 자체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오직 어느 쪽 사람들이 자신들을 덜 해꼬지 하는가가 중요했다.


내게 중요한 것도 그렇다.

나는 이명박 전두환 같은 한국인보다 그저께 가라오케에서 나와 Deep Purple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이름 모를 일본 아재에게 훨씬 깊은 동질감과 호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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