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 학교를 옮기면 첫 해엔 힘든 법이지만 올해 학교생활은 정말 힘들다. 힘든 것은 어떻게든 견뎌내겠는데 재미가 없다. 아니 재미가 없으니 힘든 지도 모른다.
출퇴근길이 먼 것도 아니고(집에서 200미터도 안 되는 거리), 교장, 교감 선생님이나 동료 선생님들이 안 좋은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말썽 피우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힘들까?
나를 둘러싼 환경적 요소 각각은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전체적으로 안 좋게 여겨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체는 부분의 단순한 총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분이 전체로 합성될 때 그 결과가 산술적 총합보다 플러스 혹은 마이너스로 나타나는 것을 결정하는 요인은 뭘까?
그것은 “관계”다.
기계가 원활이 작동되려면 낱낱의 부품들을 연결하는 나사가 단단히 죄어지고 윤활유가 공급되어야 하는 것처럼, 집단이라는 유기체가 원활히 기능하기 위해 “관계의 응집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요즘 학교가 점점 힘들고 삭막해져가는 이유는 ‘관계의 실종’에 있다고 본다.
교사와 학생(학부모) 사이에 민원은 있으되 만남은 잘 없고, 교사와 교사 사이에 업무전달만 있을 뿐 인간적 소통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우리 시대 교단의 비극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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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마다 밴드부 지도하러 나가는 게 힘들다. 아이들이 음악에 빠져들고 실력이 쑥쑥 성장하면 힘이 덜 들 텐데, 그렇지 않아서 힘에 부친다. 아이들이 착해서 좋은데 너무 바쁘다. 바빠서 음악에 흥미를 잘 못 붙인다. 90년대에 피아노 학원 근처에도 못 가본 시골 아이들 데리고 신명나게 음악 가르치고 배우던 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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