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선생님, 외계인이 있나요?

리틀윙 2017. 9. 15. 08:24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간혹 다음과 같은 질문을 만난다.

- 선생님, 귀신은 있나요? 외계인은요?

 

좋은 질문이다. 그 나이 때는 당연히 그런 지적 호기심을 품어야 한다.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 귀신은 없고 외계인은 있다.

 

귀신이 없다는 것에 대한 자세한 논증은 지면 관계상 생략한다. 간단히, 전두환 같은 인간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으로 증명된다. 이 글에서는 외계인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풀어 보겠다.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수분과 공기가 필수적이며 추가로 빛과 적절한 온도가 필요하다. 공기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일단 행성의 중력이 공기를 끌어당길 정도로 적절해야 한다. 이를테면 달은 지구 중력의 1/6밖에 안 되기 때문에 공기가 없다.

 

그리고 물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행성이 중심별(=태양)로부터 적절히 떨어진 거리에 있어야 한다. 태양계의 행성 가운데 수성과 금성은 태양으로부터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수분이 깡그리 증발되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다. 한편, 목성과 토성 등은 태양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진 관계로 온도가 낮아 생명체가 살 수 없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15천만 킬로미터라는 적절한 거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생명체가 살기 알맞은 환경이다. 중심별로부터 이 정도 떨어진 지대를 생명가능지대라 일컫는다. 생명가능지대가 생명체 존재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이 광활한 우주에 있는 무수히 많은 행성 가운데 지구와 같은 환경 조건을 갖춘 경우는 많다고 봐야 한다. 얼마나 많을까?

 

그걸 따지기 전에 우주에 별의 수가 얼마나 많은지를 먼저 살펴보자.

별은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을 말한다. 그러니까 지구는 별이 아니고 태양이 별이다. 따라서 존 덴버의 노랫말에 나오는 내 어깨에 내려앉아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햇살” sunshine은 과학적으로 말하면 별빛 starlight’인 것이다. 그리고 밤하늘 먼 곳에서 비치는 별빛의 진원지는 별(star)이 아니라 은하(galaxy)이다. 마치 야구장에서 야간 경기할 때 켜는 조명시설이 수십 개의 작은 조명등이 모여 하나의 라이트를 이루는 것처럼, 우리 눈에 보이는 하나의 별이 실은 수천억의 별이 합쳐진 은하라는 것이다. 

 

푸른 하늘 은하수......

우주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우주에 은하수는 우리 은하(Milky Way)가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러나 허블망원경으로 유명한 허블의 관찰 이후 우주에는 엄청나게 많은 은하가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수는 무려 1(어떤 학자는 수천억이라 함)개이다. 그런데, 각각의 은하는 또 수천 억 개의 별을 품고 있다. 따라서 우주 전체의 별의 수는 수천억 곱하기 수천억이 되는 것이다(칼 세이건에 따르면 10의 22승). 우주에 있는 별의 수는 지구에 있는 전체 모래 알 수보다 더 많다 하니 도무지 상상이 안 될 정도다.

 

그 많은 별들 둘레를 수금지화목토천해따위의 행성들이 돌고 있을 것이다. 이 중 지구와 같이 생명가능지대에 있는 행성,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은 얼마나 될까? 지구 전체의 모래알 수만큼은 안 돼도, 최소한 동해안 백사장에 있는 모래알 수만큼은 되지 않을까?

 

그 행성들 가운데 상당수의 생명체들은 지구 인간보다 훨씬 진화해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 우주에 있는 수천억 은하 가운데 하나인 우리 은하(Milky Way)의 지름은 10만 광년이다. 가까이 있는 항성인 북극성만 하더라도 800광년 떨어져 있으니 빛의 속도로 달려도 편도 800년이 걸리는 것이다.

 

외계인은 분명 존재한다. 그런데, 현재 원시적인(?) 지구인의 과학수준으로 관찰할 수 있는 거리 내에는 생명체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어느 행성에서 이른바 UFO를 타고 지구에 온 외계인이 있다면, 그들은 우리와 비교가 안 되는 높은 수준의 지적 생명체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그들이 우리를 해코지 하면 어쩌나?

아이들이 귀신과 외계인의 존재를 묻는 이유도 이것이다. , 공상과학영화에서처럼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할 위험은 없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만약 외계인과 지구인 사이에 전쟁 아니 충돌이 벌어진다면 지구인은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이다. 칼 세이건의 책을 근거로 만든 흥미 있는 영화 [콘택트]의 주인공 조디 포스터의 표현을 빌리면, 그것은 우리 인간이 아프리카 사막의 흰개미 떼들과 전쟁을 벌이는 것과도 같다는 것이다. 이걸 전쟁이라 하면 우습지 않은가?

 

그러나, 지금까지 지구를 방문한 숱한 외계인 가운데 어느 누구도 지구인을 해코지 한 경우가 없다. 그 이유에 대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지적 생명체의 지성이 발달하면...... 양심도 따라 발달하기 때문이다.

 

이 말에 대해,

원시림에서 사는 미개인보다 문명사회의 인간들이 더 추악하기 때문에 지능의 발달과 양심의 발달은 반비례하지 않냐는 반론을 제기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 모든 발전이 변증법적으로 이루어지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어린 아이가 순수한 것과 어른이 순수한 것은 차원이 다르다. 미개사회의 사람들이 순수한 것은 계통발달상 어린아이의 순수 단계에 해당한다. 현재의 문명사회는 삶의 쓴맛 단맛을 보며 타락해 가는 청년 단계다. 이 시기를 지난 미래의 어느 시점엔 우리 인간도 변증법적인 부정의 부정을 거쳐 "원숙한 순수"를 회복할 것이다. 현재에도 앞서 가는 소수의 사람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제인 구달 같은 사람이다.

 

 

 

 

또 다른 예로, 환경을 파괴하는 것도 인간이지만 환경을 되살리는 노력을 하는 유일한 존재도 인간인 점을 생각하자. 물론 전자에 비해 후자의 경우가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는 점점 많아질 것이고...... 한 천 년 지난 시점엔 이를테면 모든 사람들이 채식주의자가 되어 자연계의 사회적 약자들인 동물형제들을 아끼고 보호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만 년 혹은 백만 년이 지나면 우주과학 수준이 지금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발전하여 마침내 우리도 웜홀을 경유해 수천 광년 거리에 있는 어느 행성을 찾아가서 원시 생명체들을 관찰할 것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흰개미 떼 수준밖에 안 되지만 우리는 그들의 털끝 하나 다치지 않게 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영상에 찍힌 미확인비행물체(Unidentified Flying Object)의 탑승객이 CNN 방송에 출현해 정체를 밝히지 않은 이상 누구도 UFO의 존재를 확신하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확신하는 것은, 그 탑승객들은 우리와 비교가 안 될 수준의 엄청난 과학기술을 지녔기 때문에 그들은 간단히 우리를 제압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지성의 발달과 양심의 발달은 나란히 이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론은,

나의 아이들아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안전하니까 염려 말고 오늘을 즐겁게 살자.

카르페 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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