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의식

선택에 관하여

리틀윙 2014. 3. 7. 04:31

https://www.youtube.com/watch?v=-BXjpgP6X4I

Life is not a marathon, it’s a series of sprints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다.)

 


 

이 영상, 나도 첨에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러나 감동적인 영상이 주는 착시효과에 주의해야 합니다. “영화는 분명 꿈이지만, 영화관을 열고 나오는 순간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현실이라는 장 뤽 고다르의 말이 생각나는군요.

 

동물의 행동반경은 자연이 정해 놓은 범위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자유로운 주체라 하는 인간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역사를 창조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물적 조건 하에서 그렇게 합니다(Marx). 인간 보편(인류)도 그러하지만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생활의 출발 지점에 선 한 청년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그렇게 많은가요? 인생이 마라톤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옆길로 자유롭게 벗어나 달리지 못하는 것이 과연 용기나 창의력이 부족해서일까요?

선택의 자유라는 말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는 명품관이나 백화점, 아니 하다 못해 이마트에 장 보러 갈 때도 느낄 수 있습니다. 거무접접한 피부색의 외국인 노동자부부가 장바구니 들고 이 화려한 자본주의 소비시장에 진열된 상품들 앞에서 경탄하지만 이내 그 놀라움이 절망감으로 바뀌죠. 소시민인 우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눈을 현혹하는 탐스런 물건들이 많지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은 우리 통장의 잔고라는 한계에 따라 조건화됩니다. ‘선택의 자유라는 말은 소말리아 난민이 명품관에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라는 말 만큼이나 위선적이고 폭력적이기까지 한 허구적 이데올로기입니다.

 

88만원 세대의 대부분의 청년들은 선택의 자유가 아니라 선택을 못 받아서 고뇌하는 것이지요. 착취당하지 않을 자유가 아니라 착취당해서라도 먹고 살고자 하는 욕구를 실현하지 못하는 게 이들 삶의 리얼리티입니다. 이들에게 저 영상은 용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폭력으로 다가갈 것 같은 우려가 듭니다. 차라리 [직업 선택에 관한 한 청년의 사색]이라는 마르크스의 글에서 위로와 공감을 얻기 바랍니다. 마르크스가 이 글을 17세에 썼다 하니....... 내겐 그 사실이 폭력으로 다가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