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교사에게

가르침과 배움

리틀윙 2013. 12. 30. 11:57

 

 

교사의 삶은 가르침을 떠나 생각할 수 없습니다.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교육하는 삶의 행복은 무엇보다 이 가르치는 일에서 생겨납니다. 일찍이 맹자도 군자의 세 가지 낙 가운데 하나가 가르침에 있다고 말씀하셨죠.

우리는 보통 가르침과 배움을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르침은 배움과 동전의 양면처럼 한 몸을 이룹니다. 교사의 본분인 수업은 교수와 학습의 상호작용에 다름 아닙니다. 그래서 수업지도안을 교수-학습 계획안이라 일컫는 것이죠. ‘교수학습 과정안이라고도 부르는 이 계획서는 교수활동은 교사의 몫으로 학습활동은 학생의 몫으로 칼같이 구분하여 나타내는데, 나는 수업설계도에 함축된 이러한 기계적 사고에 우려를 품습니다. 수업의 과정 속에서 교사는 가르치기만 하고 학생은 배우기만 하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르침과 배움은 각기 따로 있지 아니 합니다. 가르침이 곧 배움이고 거꾸로 배움이 곧 가르침입니다. 구체적으로,

첫째,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지만 학생으로부터 배우기도 합니다. 모든 것을 아는 사람도 없고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도 없습니다. 브라질의 진보적인 교육사상가 파울루 프레이리의 이 말은 교사가 학생으로부터 배울 수 있음을 웅변적으로 말해줍니다. 물론, 프레이리의 교육사상은 그가 브라질의 민중을 대상으로 한 교육실천에서 형성된 것이기에 그가 말하는 학생(학습자)은 성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의 유효성을 굳이 성인에 국한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초등학생일지라도 교사가 모르는 것을 얼마든지 알 수 있으며 교사는 어린 학생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은 결코 과장된 어법이 아닐 겁니다.

둘째로, 가르침이 곧 배움이라는 역설의 변증에 놓인 설득력은 교사가 최선의 가르침을 위해 몰두하는 수업연구라는 지점에서 명백해집니다. 교사는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만을 학생에게 전수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이런 식으로 수업에 임하는 교사가 있다면 그는 교육소비자에게 지식을 판매하는 지식 장사꾼에 불과하며, 그의 장사 밑천은 곧 바닥이 나 고객으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 이런 교사가 없지 않지만, 최선의 가르침을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는 자세를 갖추지 않는 교사는 참다운 교육자라 할 수 없습니다. 교사의 삶은 부단한 자기연찬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교사가 가르치면서 배우게 되는 그 세 번째의 이치 또한 학생의 존재로부터 말미암습니다. 그러한 예를 우리는 교육실천 속에서 학생의 반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아이들의 일기장을 검사할 때(아이들에게 일기를 쓰게 하는 것이나 그것을 검열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는 논외로 칩시다!), ‘, 내가 이 아이에게 너무 무심했구나하는 식의 반성을 해가면서 학급경영이나 학생 생활지도에 있어 전략과 전술 그리고 태도를 수정해가며 더 나은 교사로 성장해갑니다. 또한, 평가에서 시험지 채점을 하면서 교사는 자신의 가르침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점검하고 수업개선의 계기로 삼을 수 있습니다. 특정 문항에서 많은 학생들이 오답을 보인다면 그것은 학생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가르친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학생은 교사의 거울입니다. 교사는 학생의 반응이라는 모니터링을 통해 자신의 교육자적 역량과 자질을 개선해 갈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학생이 있기에 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면서 학생으로부터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면서 더 나은 교사로 발전해가기 때문에 교사는 학생과 동반 성장해가는 학습자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교사의 성장만큼 더 나은 교육이 이루어질 것이기에 교사의 성장은 또 학생의 성장을 예정하는 점에서 축복이라 할 것입니다. 가르침이 배움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 최고의 배움은 가르침을 통해 가능하다는 윌리암 글래서 William Glasser의 다음과 같은 말을 곱씹어 봤으면 합니다.

 

- We learn -

10% of what we read,

20% of what we hear,

30% of what we see,

50% of what we both see and hear,

70% of what is discussed with others,

80% of what we experience personally,

95% of what we teach someone else.

- 우리는 배웁니다 -

글로 읽을 때는 10%,

말로 들을 때는 20%,

눈으로 볼 때는 30%,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때는 50%,

다른 사람과 토론할 때는 70%,

몸소 경험할 때는 80%,

다른 사람을 가르칠 때는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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