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

리틀윙 2015. 12. 15. 09:18

작년 이맘때 그랬듯이 ‘전망 좋은 방’에서 아침을 맞는다. 영어마을 기숙사 방이다.
어제는 오전에 아이들 입소시키고 오후엔 교육청 출장 갔다가 다시 영어마을로 돌아와 아이들 치다꺼리 하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오늘은 이렇게 고요한 분위기에서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하니 행복하다. 올 한 해 학교를 위해 일 많이 했으니 잠시나마 이런 호사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자평해 본다. 사실, 휴식이 더 나은 일로 연결되고, 사람은 휴지기에 더 큰 성장을 이룬다. 아이들은 겨울방학 뒤 부쩍 성장해 온다.

20여 개 학교가 입소했지만 어젯밤 아이들과 같은 건물에서 잠을 잔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아이들 활동모습을 사진 찍어서 교사-학부모 공동체 밴드에 올렸더니 학부모님들이 되게 고마워한다.
그러나 사실은, 내가 특별히 헌신적인 교사라서 이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래 가정을 떠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그들은 모를 거다.

 

 


책을 낸 뒤, 내 정신세계를 함께 나누고자 다가오는 후배 교사들이 하나 둘씩 생겨난다. 그 분들이 한 입으로 묻는 질문이 “음악이든 독서든 어떻게 그렇게 많은 과업을 소화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지금 그 답을 말하자면......
“혼자 있기를 즐기라!”는 것이다.

어떤 일에 '흥미'를 품고, 혼자 있는 시간을 사랑하면, 어떤 식이든 발전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이런 성향은 염세주의와 무관하다. 오히려 그 반대다. 진정 자신의 삶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다.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
한 평생 품위있는 독신의 삶을 산 브람스의 경구를 작년 이곳에서 글 쓸 때도 남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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